투키디데스의 함정- 미국, 소련, 중국의 역학관계를 중심으로
1. 삼각관계의 역사적 비유 - 아테네, 스파르타, 페르시아
아테네-스파르타-페르시아의 관계를 미국-소련-중국의 관계에 비유하는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오랫동안 경쟁 관계에 있었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여 일시적으로 협력했습니다. 기원전 490년 마라톤 전투와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의 침략을 함께 물리쳤습니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위협이 줄어들자,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다시 경쟁 관계로 돌아갔고,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페르시아가 때로는 스파르타를 지원하며 그리스 내부의 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2. 현대의 강대국 삼각관계: 미국, 소련, 중국
냉전 시대의 전략적 삼각구도
1970년대 초, 미국의 닉슨 행정부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닉슨의 중국 방문'으로 상징되는 외교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미국은 중소 분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소련을 견제하고자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의도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보고 실제로 미국은 1980년대부터 중국에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고, 기술 이전을 허용하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하는 등 중국의 경제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의도치 않은 결과
소련은 1991년 붕괴되었고,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중국 포용 정책은 소련 견제라는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 이후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특히 2001년 WTO 가입 이후 그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현재 중국은 GDP 기준으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며,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이제 미국은 자신이 도운 중국이 새로운 도전자로 부상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마치 아테네가 페르시아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동맹을 이끌다가, 나중에 그 힘이 스파르타에게 위협으로 다가온 상황과 유사합니다.
3. 미국의 중국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측면
미국 중산층의 중국에 대한 두려움은 여러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 일자리 이전: 1990년대부터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중국으로 이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약 3.7백만 개의 일자리가 중국과의 무역으로 인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무역 적자: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4년에는 약 3,5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와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킵니다.
- 기술 경쟁: 중국은 인공지능, 5G,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위협합니다.
지정학적 측면
- 군사력 증강: 중국은 지난 20년간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켰으며, 특히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미국의 군사력에 비하면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그 간격은 좁아지고 있습니다.
- 지역 영향력 확대: 중국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동맹국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글로벌 거버넌스 도전: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4.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분석
중국 견제 전략으로서의 관세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정책을 넘어, 보다 넓은 지정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경제적 압박 수단: 관세는 중국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지적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 이전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했습니다.
- 공급망 재편: 관세는 기업들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의 전략적 취약성을 감소시키는 목적이 있습니다.
- 국내 정치적 이득: 관세 정책은 중국의 부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얻는 효과도 있습니다.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
경제학자의 관점대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중국 견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 글로벌 무역 재조정: 트럼프는 중국뿐 아니라 EU, 캐나다, 멕시코 등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게도 관세를 부과했거나 위협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인식하는 '불공정한' 무역 관계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 제조업 부활: 관세는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위한 산업 정책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 국제 무역 규범 재편: 트럼프의 접근법은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적 무역 체제보다 양자 협상을 통한 협상력 행사를 선호합니다. 이는 미국이 기존 국제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5. 복잡한 현실 속의 통찰
아테네-스파르타-페르시아와 미국-소련-중국의 비유는 국제 관계의 역사적 패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렌즈를 제공합니다. 특히 강대국 간의 전략적 삼각관계와 그로 인한 의도치 않은 결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합니다.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했고, 이후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단순한 역사적 비유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복잡한 관계이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 역시 다양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패턴을 인식하되, 단순한 결정론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경쟁하는 동시에 기후 변화, 팬데믹, 핵 비확산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함께 대응해야 하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을 인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할 때,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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